학부 이후 의미있는 관계를 쌓는 법 (번역)
약 2년 간의 군생활을 하며 느낀 것은 주로 사람과 관련된 것들이었습니다. 수많은 소중한 인연들을 만나기도 했지만 동시에 세상엔 정말 다양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느낀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군 내 개발대에서 Python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군생활을 하였습니다. 본래 다른 개발팀의 한 파티션으로 존재하던 작은 조직에서 꽤 규모가 있는 한 팀이 만들어지기까지, 인프라 및 개발 문화 구축의 전 과정에 주축이었던 만큼, 함께할 팀원을 뽑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함께 일하며 성장할 좋은 사람을 뽑는 것에 대해 적지 않은 시간을 고민한 것 같습니다.
이러한 고민은 언제나 성찰로 귀결되기 마련이듯, 나는 다른 사람에게 좋은 사람인지, 앞으로 인연이 될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은 사람일 수 있을지에 대해 사유하곤 합니다.
그러한 와중, 예전에 읽었던 좋은 글이 생각이 나 다시 한 번 읽을 겸 번역하여 공유해봅니다. 어떻게 하면 학부 이후에도 의미있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글입니다.
본 글은 Chip Huyen의 How to build meaningful relationships after college을 번역한 글입니다. 원문을 읽고싶으시다면 링크로 접속해주세요.
졸업 이후 친구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결국 “새로운 사람을 어떻게 만나는가?“로 대화가 흐르곤 합니다. 요즘 누군가에게 잘 지내냐고 물으면 늘 “좋아, 하지만 친구들이 보고 싶어”라는 답이 돌아오죠.
친구를 사귀는 건 어렵습니다. 대학에서는 그냥 친구를 위해 친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졸업 후에는 관계가 갑자기 거래처럼 변합니다. 누군가를 만나려면 이유가 필요하고, 그 사람 역시 나에게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만나 대화를 나누던 중 내가 그들에게 필요한 직업군에 속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하면, 그 순간 그들의 관심이 사라지는 상황을 종종 경험하곤 했습니다.
대화가 거래적이지 않을 때에는 종종 로맨틱한 시도로 오해되기도 합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만나자고 할 때면 데이트하자는 건가 싶기도 하고, 반대로 내가 이성에게 연락을 할 때도 그들이 나를 헷갈리게 할까 두렵기도 해요.
아래 목록은 제가 많은 대화를 통해 얻은 팁입니다. 혹시 다른 좋은 팁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1. 멋진 일을 하세요
Thiel Fellowship의 한 멤버에게 어떻게 그렇게 많은 흥미로운 사람들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멋진 일을 하니까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기업가로 활동하던 Chris Lengerich 역시 비슷하게 말했죠. “인맥을 위해 사람을 만나지 마세요. 그런 관계는 피상적이에요. 멋진 일을 하면 사람들이 저절로 끌려올 거예요.” 흥미로운 일을 하지 않으면 만난 사람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겠어요?
그도 그럴 것이, 학교 밖에서 만든 제 인간관계는 대부분 제가 좋아하는 일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TensorFlow 강의를 하거나 글을 쓰거나 여행을 하거나 AI 연구를 하면서 만난 사람들이 제 친구가 되었습니다.
제 친구 Debnil Sur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자신이 하는 일이 멋진 일인지 아나요?” 다른 사람들에게 멋지게 보이기 위해 무언가를 시도하면 실패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그 열정이 사람들을 끌어옵니다. 어떤 사람들을 만나 그들이 열정적으로 하는 일을 접하고 나서야 그 일이 멋지다고 느낀 적도 많습니다.
2. 가치를 제공하세요
Wharton MBA 과정 중인 Lux Capital의 Jerry Lu는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하는 전략으로 가치를 제공하는 걸 추천합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그 사람에게 내가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 생각해요.” 누군가 우리에게 긍정적인 가치를 줄 수 있다면 그 사람을 더 가까이 두고 싶어 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저 역시 무의식적으로 내가 도움을 받을 사람에게만 접근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반대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가치를 제공하려면 먼저 제공할 가치가 있어야 합니다. Jerry는 관심 있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행사를 주최하기도 하고, 그들이 관심 가질 만한 것을 발견하면 보내주기도 합니다.
Thiel Fellow인 Noor Siddiqui의 개인적인 전략은 자신의 버킷 리스트를 친구들과 공유하는 것입니다. “산을 오르거나 거리 예술을 즐기고 싶으면 나와 함께할 친구들을 데리고 가요.”
다른 사람의 필요를 나의 것보다 우선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저는 계속해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기 전에 먼저 도와주자”라고 스스로에게 상기시킵니다. 또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알려주세요”라는 말을 끝에 덧붙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누군가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반드시 그것을 실천하려고 합니다.
3.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세요
요즘 소셜 미디어에서 벗어나라는 일종의 트렌드가 있고, 저 역시 가끔 온라인 채널에서 벗어나 스스로에게 집중할 필요를 느끼긴 합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소셜 미디어로부터 얻은 것이 더 많습니다.
소셜 미디어는 도구일 뿐입니다. 그것이 좋고 나쁜지 여부는 우리가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달려 있죠. 제게 소셜 미디어는 제 아이디어를 퍼뜨리고, 제 작업을 설명하고, 무엇보다도 저 자신을 알리는 수단입니다. 세상이 알아서 찾아 나설 만큼 탁월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저는 그런 천재가 아닙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렇지 않죠. 제가 소셜 미디어에 나서지 않으면, 그저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될 것입니다.
제가 추천하는 채널 중 하나는 트위터입니다. 저는 트위터를 통해 많은 흥미로운 사람들과 만나 친구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David Dao, Miles Brundage, Joshua Browder에게 감사 인사를 보냅니다). 트위터에서 제 작업을 공유하고 그것이 리트윗될 때면, 마치 “치팅”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저보다 훨씬 훌륭한 작업을 하고도 인정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깊이 있는 블로그 글도 비판적 사고를 보여주고 더 넓은 청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저는 주제를 깊이 고민한 흔적이 있고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거나 새로운 것을 가르쳐주는 글을 좋아합니다. 특히, 어려운 기술 개념을 대중 과학으로 풀어주는 기술 블로그를 좋아하는데, 이런 글들은 저자가 그 개념을 깊이 이해할 뿐만 아니라 훌륭한 의사소통 능력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뉴스레터도 다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Founders Fund의 John Luttig는 최근 자신이 배운 한 가지와 현재 고민 중인 질문을 공유하는 주간 뉴스레터를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매주 내 소식을 접하게 되면, 그들이 나를 더 자주 떠올리게 되고 다양한 일에 나를 끌어들이게 돼요. 요즘 사람들은 저에게 더 많은 딜을 보내주고 만나자고 요청해요.”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소셜 미디어의 문제 중 하나는 청중을 구축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입니다. 0에서 첫 1,000명의 팔로워를 얻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다행히 온라인에는 청중을 키우는 방법에 대한 많은 기사들이 있습니다.
4. 겉으로만 멋있어 보이려고 하지 마세요
처음 (그리고 가끔 지금도) 저지른 실수 중 하나는 제가 존경하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기 위해 지나치게 애쓴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시도는 한 번도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글로 쓰는 게 별로 유쾌하지 않고, 어떤 사람들은 이를 제 불안감 탓으로 돌릴 수도 있겠지만, 저는 누구와 친구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이 모두 거만하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제가 그들에게 흥미를 줄 만큼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다는 거죠.
Thiel Fellowship의 또 다른 멤버인 Omar Rizwan은 브런치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제 동료들, 즉 저와 같은 삶의 단계에 있으며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는 것을 선호해요. 저보다 훨씬 앞서 있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기엔 제가 그들에게 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어려워요.”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제가 지키는 규칙은 이렇습니다. 만약 그 사람에게 인상을 주려 애쓰는 느낌이 든다면, 그 사람에게서 멀어지는 게 낫다는 것입니다.
5. 각 만남마다 전략을 세우세요
제 룸메이트인 Rex는 제가 낯선 사람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사람들과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어.” Rex의 말을 듣고 저도 당황했죠. “이야기할 게 없다면 왜 그 사람을 만나려고 하겠어?”
저는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가 있을 때만 사람들에게 연락을 합니다. 그 사람의 현재 작업, 그들이 했던 일, 혹은 특정한 통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을 때요. 만약 대화가 잘 맞아서 친구가 된다면 좋고, 그렇지 않더라도 저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그들 또한 무언가 얻어 가길 바랍니다.
현재 a16z에서 암호화폐 관련 쇼를 진행 중인 Devon Zuegel은 이 점을 트윗에서 멋지게 표현했습니다. “좋은 대화를 위한 당신의 전략은 무엇인가요?” 제 전략 중 몇 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 좋은 질문들을 모아서 기록해 두기
- 어색할 정도로 긴 침묵을 허용하기 – 상대방이 그 틈을 흥미로운 것으로 채워 줄 것입니다
- 그들이 자주 사용하는 독특한 단어나 개념을 주의 깊게 듣기
6. 사람을 알아가는 질문 목록을 준비하세요
누군가를 알아간다는 것은 과학이자 예술입니다. 이 주제는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고, 누군가를 더 잘 알게 해준다는 수많은 질문 리스트가 존재합니다.
저는 Noor의 블로그 글, How to Get to Know Someone을 정말 좋아합니다. Noor의 말을 인용하자면:
좋은 대화는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시작된다고 합니다. 질문이 상대방에게:
- 강한 감정적 기억(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을 떠올리게 하거나
- 잘 떠올리지 않는 기억(향수)을 떠올리게 하거나
- 새로운 대답을 만들어 내도록 (그들이 전에 생각해 보지 않았던 무언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할 때입니다.
반면에 나쁜 대화는 상대방이:
- 질문에 준비된 답을 제공하거나, 조금 전 누군가와 나눈 대화를 그대로 반복할 때
- 자신에 대해 새로이 배우는 것이 없을 때
- 당신에게 이해받고 있지 않다고 느낄 때 발생한다고 합니다.
그녀는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질문부터 어려운 질문, 도전적인 질문까지 다양한 질문 목록을 제시합니다. (예: “50달러 이하로 구매한 것 중 가장 즐거움/편리함/유용함을 준 것은 무엇인가요?“에서부터 “지난 1년 동안 당신이 바꾼 가장 중요한 생각은 무엇인가요?“와 같은 질문까지)
이와 같은 정신으로, 저 역시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을 때 사용할 질문 목록을 만들었습니다. 이 질문들은 만나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사용되며, 사실 저는 대개 이 질문들을 사용할 일이 거의 없습니다. 왜냐하면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그에 반응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
지난 한 달 동안 당신을 정말 행복하게 만든 것은 무엇인가요?
-
무슨 책을 읽고 있나요?
-
최근에 배우게 된 것 중 당신을 놀라게 한 것은 무엇인가요?
-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지만, 이 질문을 처음 받으면 놀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진심으로 궁금해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그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털어놓지 않은 이야기를 해줄지도 모릅니다.]
-
[10, 18, 20 …]살의 당신이 지금의 당신을 보고 놀랄까요?
-
당신이 내린 최고의 커리어 결정은 무엇이었나요? 그리고 최악의 결정은요?
-
당신의 친구 관계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
친구에게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질은 무엇인가요?
-
사람들이 처음에 당신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사실이 아닌 인상은 무엇인가요?
-
[그들이 속한 직업군]에 대한 고정관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 질문을 할 때 상대방이 고정관념이 무엇인지 되묻는다면, “이건 당신이 더 잘 아실 거예요!”라는 식으로 답을 피할 수 있습니다.
-
당신이 했던 일 중 가장 위험한 것은 무엇인가요?
-
지금의 자리에 오게 된 데 가장 중요한 기술은 무엇인가요? [약간의 칭찬 포함]
-
부모님께서 당신을 자랑스러워하시겠네요!
-
현재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요?
-
지금 당신의 삶에서 바꾸고 싶은 것이 있나요? [가벼운 버전: 더 많은/적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을까요?
맺음말
연애를 억지로 할 수 없는 것처럼, 의미 있는 관계도 억지로 만들 수 없습니다. 아무리 많은 팁을 적용해도 결국 중요한 것은 서로의 곁에 있을 때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지입니다. 서로에게 가치를 더해주고 있는가요? 상대방이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나요? 다른 사람들이 함께하고 싶어 할 만큼 흥미로운 삶을 살고 있나요?
저는 이 주제에 대해 전문가와는 거리가 멉니다. 때로는 너무 어색해서 민망한 상황을 만들기도 하고, 이런 경험이 쌓일수록 보호막 안에 머물러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를 계속 나아가게 해주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이 두 가지가 여러분께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1) 다른 사람들도 우리만큼 상처받는 것이 두렵습니다. 2) 지금 우리가 가진 모든 친구들 역시 한때는 낯선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니 마음을 열고 세상에 나가세요. 결국에는 그 모든 것이 가치 있게 느껴질 것입니다. [아니면 아닐 수도 있지만요.]